나의 이야기

효산의 개인전에 다녀와서...

jabi kim 2008. 9. 19. 14:25

        

                효산 손창락의 書展에 다녀와서...

 

 

  효산은  나의 큰언니의  맏아들이다.

 

  나의 큰 언니는  1960년  즈음에 기계농협에 근무하는  유일한 여직원이었다.

 

  코흘리개이던 나는  언제나  언니를 무서워했고, 부러워했다.

 

  언니는 언제나 예쁜옷을 입고 출근했고, 가끔씩  경주에 나가서  옷도사고, 여원이라는  잡지책을

 

  사다보고는 선반에 가지런히 꽂아두고, 그 옆에는 가루비누도 올려 두었다가, 예쁜브라우스와

 

  가라스스타킹은  그 가루비누로 세탁했다. 비누방울 놀이나 하면 좋을것같은 그 가루비누는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내 옷은 언제나  하얀비누도 아닌 껌정비누로  척,척, 문질러 방망이로

 

  두들겨서  세탁하는 것이 늘  마땅치 않아 나도 어서 커서 저렇게 예쁜 브라우스를  거품이

 

대야에  가득 피어오르는 가루비누로  빨아야지....

 

그 큰언니는 내가  1961년  봄  서울로 유학온후 언젠가에  시집을갔다.

 

음식솜씨,바느질솜씨, 마음씨가 착하던 언니는  시댁어른들의  칭송을 한몸에 받았으나  늘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런 맏딸을 늘 마음아파 하시는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나는 그 가족들이

 

서울이라는 대처로 나올  징검다리가 되었다.   그때  효산은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효산을  눈여겨보시던  그의 조부께서 너는 아무리봐도  외조부를 많이 닮았으

 

니   글이 좋을듯하니..  서예를 해보아라!! 하시면서  그 아이가  대구로 전학을간 12세부터 서예

 

학원을 보내셨다.  성균관대 공대에 진학하여 써클활동으로  서도부에서  글씨를 쓰던  효산을

 

지도교수께서 "니가 가야할길은  공대가 아니야!!  서도의길로 가거라!!"고  채찍을 가하시니

 

아들이 공대를나와서  집안의 짐을 덜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던 언니의 꿈은 사라지고, 사남매의

 

교육은 더 힘들었으니... 그 어려움은  말 할수 없었다.

 

그 효산이 글씨를 쓴지  35년.... 그동안 그는  부단히 노력하였고, 선비의길을  수행자처럼

 

말없이 걸었다.   그동안  여럿이서  함께하는 전시는  몇번있었으나  개인전은 2000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이다.   그의 초기 작품은 두어점 가지고 있었는데  근래의 작품을  어제 보는순간

 

 만감이 교차 하였다!!  그의  힘든 고난의  여정이 마음 아팠고,  묵묵히  함께해준 그의 아내도

 

고마웠고,  병상에 있는  언니가  마음아팠다.

 

우리 서단의  어른분들이  모두 참석 하시어  격려와 박수를 아끼지 않으시고, 칭찬해 주시니...

 

모두들  즐거워 하는데, 나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의 서체는   어찌그리 외조부를 닮았는지.... 우리 아버님이  다시오신듯하니....

 

아버님이 살아계시면 아마도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셨겠지...

 

아버님!! 기뻐하세요!! 외손이지만 그래도  창락이가 우리나라 서예사에  한 획을  그은것 같아요!!

 

두껍지 않은 봉투를 들고 갔다가,  손이 부끄러워  내밀지 못하고  글씨 한점에  연지찍고,

 

돌아서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함께 고생한  질부 어깨도 다독여주고...

 

     효산!! 앞으로도 옳곧은 선비의 기개를 잃지않는  이시대의 사표가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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